투자전략 리포트
한국의 MSCI 선진시장 편입은 가능할까?
- 작성자 :
- 한국투자증권
- 작성일 :
- 11-13 13:00
- 조회수 :
- 525
MSCI의 중국A주 추가 편입 가이드라인 제시
지난 9월 25일 MSCI는 중국A주의 신흥시장 지수(이하 EM 지수) 추가 편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세 가지였다. 1) 2018년 5월과 8월 편입된 중국A주 대형주 비중을 기존 5%에서 20%까지 늘리겠다는 것과, 2) 투자 가능한 중국 주식 유니버스를 차이넥스트 지수까지 확대한다는 것, 그리고 3) 2020년 5월에는 중국A주 중형주 중 20%를 편입하겠다는 것이다.
MSCI의 가이드라인 대로 편입이 진행될 경우 현재 0.71% 비중인 중국A주는 2019년 8월 2.8%, 2020년 5월 3.4%까지 비중이 확대된다. 중국 증시의 완전 편입을 가정하면 중국 전체 비중은 약 40%, 이 중 A주 비중은 14.8% 정도다. MSCI는 업계의 피드백을 2019년 2월 15일까지 반영해 2019년 2월 28일 전후로 최종안을 발표한다.
최종안이 MSCI에서 제시한 방안과 다를 가능성도 있지만 어쨌거나 국내 증시에는 악재다. 이미 한국은 2018년 5월과 8월 중국A주 편입으로 자금 유출을 경험했다. 2019년 5월과 8월 사우디가 2.5%씩 편입되는 것도 부담인데 중국A주까지 들어오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 수급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8월 중국A주의 추가 편입 후 EM 지수 내 한국 비중은 0.8%p 하락한 14%로 전망된다. MSCI EM 지수 추적자금을 1.8조달러로 가정하고 단순 계산하면 약 144억달러(16조원)의 자금이 한국 시장을 빠져나간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는 각각 25억달러(2.8조원), 5억달러(0.6조원) 규모의 자금이 유출되며 대형주에 특히 부정적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MSCI EM 이론 지수에 기반한 추정이다. 실제 유출 규모는 다를 수 있다. MSCI EM 지수를 추종하는 모든 펀드가 모지수를 100% 복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MSCI EM을 추종하는 147개의 주요 글로벌 공모펀드의 평균 한국 비중은 12.7%로 14.8%인 모지수 비중보다 2%p 이상 낮다. 지난 5월과 8월 중국A주 편입 직전 관찰된 외국인의 순매도세 역시 이론적으로 계산한 수치보다 규모가 작았다. 이번 MSCI의 결정이 한국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시장 예상보다는 덜할 것으로 판단한다.
대안: 한국 증시의 MSCI 선진시장 재분류
다만 벤치마크 내 한국 비중 축소가 지속되는 한 외국인 투자자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는 지속 투자자들을 괴롭힐 것이다. 따라서 시장 일각에서는 대안으로 한국의 MSCI 선진국 편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은 2014년에 선진국 승격 검토 리스트(watchlist)에서 제외되었기에 선진국 편입이 된다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당시 리스트 제외시 제시한 요건 중 역외 외환시장 부재(limited convertibility of the KRW)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나 외국인 ID 시스템 경직성(inconveniences resulting from the rigidity of the ID system)은 2017년 6월 도입이 완료되어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실질적인 문제는 MSCI가 공식 문서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지수 사용권이다. 파생상품 관련 지수를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는 MSCI 입장에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인 한국 파생시장은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파생시장의 주도권을 내주어야 하는 이슈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사실 MSCI가 한국을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재분류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금은 유출될 가능성은 높다. MSCI 선진시장 지수를 추적하는 자금은 3.6조달러로 신흥시장 추적자금의 약 두 배다. 때문에 현재 신흥시장 내 한국 비중이 14.8%라 선진시장으로 재분류될 경우 7.4% 정도의 비중으로 편입되어야 유동성 측면의 손해가 없다. 그러나 2009년 한국을 선진국으로 재분류한 FTSE는 선진국 지수 내 한국 비중을 1.62%로 두고 있다. 만약 MSCI에서 비슷한 비중으로 한국을 편입하면 자금 순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시장으로 분류되는 것은 한국 주식시장에 상징적 사건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으로 인식되어 이벤트 발생시 급격한 자금 유출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시장의 안정성도 확보될 수 있다. 실제로 1990년 이후 MSCI 신흥 지수 변동성은 선진 지수 변동성의 두 배를 기록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3년 테이퍼 탠트럼 당시 변동성 격차는 더욱 컸다.
주요 연기금이나 국부펀드 내에서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비중을 살펴봐도 두 시장의 지위가 확연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전세계 2위 규모의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연기금의 경우 주식 포트폴리오 내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의 비중이 거의 9:1이다. 포트폴리오 내 중국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싱가포르의 GIC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연기금 내 신흥시장의 비중은 25%를 넘지 않는다. 한국시장이 선진시장으로 재분류될 경우 글로벌 공적자금들의 유입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중국 A주 편입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대북 관계개선 등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를 대외적으로 적극 마케팅할 수 있어 다각도로 검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